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Wednesday〉가 공개되었을 때, 시청자들이 단순히 ‘아담스 패밀리의 외전’이라는 사실만으로 끌린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들의 시선을 붙잡은 건 첫인상부터 압도하는 비주얼 아이덴티티였죠. 특히 로고에 쓰인 타이포그래피는 단순히 제목을 장식하는 글자가 아니라, 시리즈의 분위기와 캐릭터를 응축해 담아낸 강렬한 장치였습니다.
고딕의 차가움으로 캐릭터를 말하다
〈Wednesday〉의 로고타입은 맞춤 제작된 블랙레터 계열로, 고딕 특유의 날카로운 선과 묵직한 무드를 그대로 담아냈습니다. 뾰족하게 뻗은 획과 절제된 곡선은 Wednesday Addams의 냉소적이면서도 우아한 성격을 그대로 비춥니다. 단순히 ‘무섭게 보이는 글꼴’이 아니라, 캐릭터의 성질을 시각적으로 풀어낸 디자인이죠.
덕분에 포스터나 예고편을 스치듯 보기만 해도, 작품의 세계관과 주인공의 기운이 글자 하나만으로도 또렷하게 전해집니다. 이는 타이포그래피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이야기를 전달하는 또 다른 언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넷플릭스의 대담한 선택
많은 브랜드가 여전히 헬베티카(Helvetica)나 산세리프 계열의 무난한 글꼴을 고집합니다. 깔끔하고 안정적이지만, 동시에 기억에 오래 남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죠.
〈Wednesday〉의 로고타입은 그런 “안전한 선택”에서 과감히 벗어나, 차별화된 시각적 전략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위험해 보일 수도 있는 선택이었지만, 오히려 그 대담함이 콘텐츠를 강렬하게 각인시켰습니다. 이 사례는 브랜드가 무난함에만 기대면 쉽게 잊히지만, 때로는 모험적인 시도가 더 큰 힘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잘 보여줍니다.
글자가 곧 목소리다
〈Wednesday〉의 타이포그래피는 단순한 로고 장식이 아닙니다. 시리즈의 브랜드 보이스(brand voice)를 대신하는 역할을 합니다. 어둡지만 세련되고, 위협적이면서 동시에 매혹적인 이중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죠. 덕분에 ‘Wednesday’라는 단어 하나만으로도 작품이 가진 정서가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이처럼 글자는 단순한 시각 요소를 넘어, 콘텐츠 브랜딩의 핵심 축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마무리
〈Wednesday〉의 타이포그래피는 단순한 글꼴이 아니라, 브랜드 전략의 핵심이자 시리즈 정체성을 정의하는 시각적 언어였습니다. 무난함보다는 과감한 선택이, 오히려 브랜드를 더 빛나게 만든다는 사실을 넷플릭스는 증명해 보인 셈이죠.